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조연수 기자 choys@munhwa.com
직원 50명 이상 61곳 순손실
석유公·가스公 적자 내면서도
성과급 과다 지급해 주의 조치
자체 수입이 85% 넘어야하는
시장형 공기업 생산성 뒷걸음
국가가 보장한 ‘과점적 영업’으로 수익을 내야 할 시장형 공기업들이 흑자는커녕 직원 1인당 생산성이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기업이 낸 적자는 결국 ‘국민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문화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303개 공기업 중 직원 50명 이상인 256개 공기업에 대해 직원 1인당 생산성(2013년 기준)을 산출한 결과, 61개 공기업이 순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규모 손실을 낸 하위 5개 공기업 중에는 수익을 내야 하는 시장형 공기업이 2곳이나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은 총 수입액 가운데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이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공기업이라는 의미다.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들 공기업에는 사실상 독·과점적인 영업 특혜를 주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나 코레일, 한국가스공사 등이 그런 기업들이다.
그러나 석유공사나 코레일, 가스공사 등은 수익은 고사하고 직원 1인당 순손실이 수억 원에 달하고 있다. 직원들은 많지만, 오히려 “돈을 까먹고 있다”는 얘기다.
석유공사의 경우 1인당 순손실 규모가 5억727만 원에 달해 공기업들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과다한 성과급을 지급하다가 지난해 1월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모두 108억 원의 성과급을 과다하게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직원 1인당 순손실 규모 역시 1억540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방만 경영은 더욱 심각하다. 직원 100여 명에 불과한 이 공기업의 1인당 순손실 규모가 1억90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인 가스공사 역시 1인당 순손실 규모가 6000만 원을 웃돌고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도 경영상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음에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직원 1인당 연평균 1300만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교롭게도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모두 부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가스공사 부채는 2013년 말 기준으로 34조7000억 원으로 5년 전인 2008년(17조9000억 원)보다 17조 원 가량이 증가했다.
석유공사 역시 해외 자원 개발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같은 기간 부채가 5조5000억 원에서 18조5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정치권에서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인수했다가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주먹구구식 경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 공기업은 정부의 적자성 사업을 떠맡아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대한주택보증이나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처럼 높은 순이익을 내고 있는 공기업들이 있는데, 적자성 사업 운운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시장형 공기업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민간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돈이 되지 않는 정부 정책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특혜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얼마나 자기 혁신을 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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